제 760 호 가격 거품 걷어낸 저가형 생리대 출시
가격 거품 걷어낸 저가형 생리대 출시
▲이재명 대통령 생리대 가격 비판 모습(사진: https://share.google/0EVuluFY8QOXfRuKu)
지난 1월과 2월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국내 생리대 가격의 구조적 문제를 강도 높게 지적했다. 생리대가 필수품임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유통 구조와 마진 문제로 인해 소비자들이 과도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며 비판하였다. 대통령이 직접 유통 구조를 콕 집어 비판하자 정부 압박에 눈치를 보게 된 유통업계와 주요 제조사들은 즉각 반응하며 대대적인 생리대 가격 인하에 돌입했다. 단순한 단기성 할인 행사를 넘어 자체 브랜드 상품 확대와 유통 단계 축소 등 구조적인 가격 인하 노력이 시장 전체로 확산하는 추세다.
저가형 생리대란?
▲진열된 여러 생리대(사진: https://www.wolyo.co.kr/news/articleView.html?idxno=44612)
저가형 생리대란 중간 도매 및 물류 업체가 가져가는 유통 단계의 거품을 빼고 광고비 등 불필요한 제반 비용을 최소화하여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춘 실속형 제품을 의미한다. 그동안 국내 생리대 시장은 프리미엄 고급품 위주로 형성되어 있어 타국 대비 가격이 40%가량 높다는 원성을 샀다.
하지만 최근 물가 안정 기조에 발맞춰 업계는 마진을 과감히 포기한 초저가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쿠팡은 PB 자회사 씨피엘비(CPLB)를 통해 '루나미' 생리대 가격을 최대 29% 인하해 개당 99원(중형 기준)에 선보였다. 홈플러스 역시 100% 국내 생산된 제조사 브랜드(NB) 상품인 '샐리의 법칙 니즈원 생리대' 4종을 이익을 최소화해 개당 약 99원에 출시했으며, 최초 판매 물량으로 평균 7700팩을 준비했다. 이마트는 제조사 직거래로 마진을 없앤 '노브랜드 자연순면 생리대'를 중형 기준 개당 118원, 대형 기준 135원에 내놓았다. 이외에도 다이소는 깨끗한나라와 협업해 5월부터 개당 100원 수준의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며, 유한킴벌리, LG유니참, 깨끗한나라 등 국내 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하는 주요 제조사 3사도 올 상반기 중으로 중저가 신제품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가성비 생리대에 대한 폭발적인 소비자 반응
저가 생리대 출시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다. 그동안 억눌려 있던 필수품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경제적 부담감이 판매 수치로 고스란히 증명된 것이다. 쿠팡의 99원 생리대 '루나미'는 가격 인하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주문량이 평소 대비 최대 50배까지 치솟았다. 당초 50일치로 넉넉히 준비했던 재고 물량이 단 이틀 만에 전량 소진되는 유례없는 품절 대란이 빚어졌다.
초저가 출시에 따른 안전성 불안감
가격이 100원대 아래로 내려가자, 일각에서 저렴한 재질을 무분별하게 사용하여 몸에 해로운 것은 아니냐는 품질과 안전성 우려도 제기되었다. 이 대통령 역시 국무회의에서 "일차적 문제는 해결된 듯한데 안전성 문제에 대한 걱정이 많은 것 같다"라며 국민들의 불안감을 직접 언급했다.
이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생리대 가격이 낮다고 해서 심사 기준이 느슨해지는 것이 아니며, 모든 생리대에 대해 동일하고 엄격한 기준으로 안전성을 평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식약처는 이미 1월 말부터 실속형 생리대 7개 제품에 대한 심사 요청을 받아 신속하게 심사 중이다. 유통사들도 저가형임에도 품질 차별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마트 측은 일반 부직포를 주로 사용하는 타사 저가형과 달리 면섬유가 함유된 순면 부직포를 사용하여 품질을 높였다고 설명하며 소비자 불안 잠재우기에 나섰다.
공공 생리대 비치, 모든 여성을 위한 보편적 지원 추진
가격 인하 경쟁에 이어 생리대 문제는 보편적 여성 복지의 영역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고 있다. 성평등가족부는 역대 정부 최초로 공공 생리대 드림 시범사업(가칭)을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발표했다.
▲무료 생리대 자판기(사진: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60311/133504317/2)
일부 저소득층 청소년(9~24세)에게만 월 1만 4,000원의 바우처를 선별 지급하던 방식에서 추가로 모든 여성이 누구나 생리용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무상 접근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인구 규모 등을 고려해 선정된 10개 지역에서 올해 국비 약 30억 원을 투입해 시범 사업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주로 주민센터, 보건소, 가족센터 등 공공시설에 자판기 형태로 비치하며, 농산어촌의 경우 지역적 접근성을 고려해 마을회관 등에도 공급할 계획이다. 성평등부는 올해 시범사업 결과 분석을 토대로 내년에는 지방비를 편성해 전국적인 본 사업으로 확대하고, 교육부와 협력해 학교 내 필수 비치까지 추진할 예정이다.
저가형 생리대의 전망
저가형 생리대의 출시는 단순히 제품 하나가 싸지는 경제적인 차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여성의 필수 소비재에 대한 가격 거품을 걷어냄으로써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를 지켜주고 소비자의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주려는 정부와 기업의 힘을 합친 노력이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그러나 중저가 생리대 라인업 확대가 정부 문제 제기에 대한 제조사의 즉각적인 대응인 만큼, 이번 대응만으로 저가형 생리대의 장기적 공급 안정이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존재한다. 높은 생리대 가격이 자리 잡은 것은 기업의 단순한 이윤 추구 때문만은 아니다. 생리대는 일반 공산품이 아니라 식약처 관리 대상인 ‘의약외품’으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생산 시설 신고와 품목별 허가, 정기적인 유해 물질 검사 등 엄격한 관리 기준이 적용되며, 관련 비용이 제품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대형마트와 편의점의 입점 수수료, 온라인 채널의 판촉 비용과 배송비 등이 더해지면서 제조사 출고가 대비 소비자 가격 상승 폭이 커지는 유통 구조가 형성됐다. 또한 2017년 이른바 ‘생리대 파동’ 이후 유기농 순면과 무표백 제품을 선호하는 고스펙 지향 소비 트렌드도 가격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므로 정부는 제조사를 넘어 유통 구조와 제도 전반을 고려하여 신중히 점검하여야 한다. 향후 추가 결정과 제도 설계에 따라 중대한 갈림길에 서게 될 저가형 생리대의 희망찬 지속 가능한 미래를 기대한다.
장은정 기자, 김지연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