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면 몰리고, 퍼지면 떠난다…먹거리 유행의 새로운 공식
‘두바이 초콜릿’에 이어 ‘두바이 쫀득 쿠키’, 이른바 ‘두쫀쿠’까지. 많은 이들이 한 번쯤은 사 먹어 봤거나, 적어도 SNS를 통해 이러한 음식이 유행하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새 SNS 화면은 ‘두쫀쿠’를 지나 봄동 비빔밥으로 가득 차 있다. 이처럼 최근 먹거리 유행은 예전보다 훨씬 짧고 빠르게 교체되고 있다. 특정 음식이 오랫동안 사랑받기보다는, 하나의 음식이 빠르게 유행한 뒤 곧 다른 음식으로 대체되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유행을 좇아 소비하는 밴드웨건 효과와, 대중화된 유행에서 벗어나려는 스놉 효과를 통해 설명할 수 있다. 최근 유행과 그 특징 몇 개월 전 SNS 숏폼 콘텐츠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낸 ‘두바이 쫀득 쿠키’는 과거 ‘두바이 초콜릿’의 인기를 잇는 후속 주자처럼 소비됐다. 특유의 쫀득한 식감과 이국적인 이미지가 결합하며 빠르게 화제를 모았고, 개인 카페와 대형 디저트 가게도 이를 발 빠르게 메뉴화했다. 그렇게 ‘두쫀쿠’는 재료 수급이 어려울 정도로 인기를 끌며 품절 사태가 이어졌고, 가격도 크게 올랐다. 또한 두바이 쫀득 모찌, 두바이 쫀득 초밥 등 관련 파생 식품도 잇따라 등장했다. 그러나 그 열기가 식기도 전에 새로운 유행이 등장했다. 바로 봄동 비빔밥이다. 과거 예능 프로그램 속 장면이 SNS를 통해 다시 주목받으면서, 젊은 세대가 봄동 비빔밥을 새롭고 신선한 음식으로 인식한 것이다. 봄이라는 계절성과 건강한 이미지, 손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조리법이 더해지며 봄동 비빔밥의 인기는 빠르게 확산됐다. 이러한 흐름을 통해, 기존의 유행과는 다르게 최근의 유행이 비교적 빠르고 강하게 퍼졌다가 금세 다른 대상으로 이동하는 양상을 반복함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유행 현상이 만들어진 것일까? ▲두바이 쫀득 쿠키 유행 (출처: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2279363i) ▲봄동 비빔밥 유행 (출처: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21340997) 최근 유행 속 밴드웨건 효과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는 개념이 바로 밴드웨건 효과다. 밴드웨건 효과란 많은 사람이 선택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또 다른 선택을 불러오는 현상을 뜻한다. 어떤 대상이 객관적으로 뛰어나서 선택되기도 하지만, 이미 많은 사람이 소비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더 많은 사람이 몰리게 되는 것이다. 이는 집단에 속하고 싶어 하는 심리와 유행에 뒤처지고 싶지 않은 심리, 그리고 다수가 선택했으니 검증된 대상일 것이라는 믿음이 결합하면서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특히 먹거리 유행에서는 이러한 심리가 더욱 빠르게 작동한다. 한 번 화제가 붙으면 후기 콘텐츠와 먹방, 레시피 영상, 인증 게시물이 끊임없이 재생산되며 유행은 순식간에 대중화된다. ▲밴드웨건 효과 (출처: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4383&cid=43659&categoryId=43659) ‘두쫀쿠’와 봄동 비빔밥은 모두 밴드웨건 효과의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다. 두쫀쿠는 신기한 식감과 이국적인 이미지, 희소성을 바탕으로 SNS상에서 호기심을 자극했고, 이를 소비한 사람들의 후기와 인증이 다시 유행을 확산시켰다. 봄동 비빔밥 역시 마찬가지다. 오래전 방송 장면이 재조명되자 사람들은 단순히 그 장면을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만들어 먹거나 식당을 찾아가며 유행에 참여했다. 결국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인다는 사실이 더 많은 관심을 부르고, 이는 다시 소비로 이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최근 유행 속 스놉 효과 반면 유행이 빠르게 지나가는 현상은 스놉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스놉 효과란 어떤 상품에 대한 사람들의 소비가 증가하면 오히려 그 상품의 수요가 줄어드는 현상을 의미한다. 처음에는 남들과 다른 특별함 때문에 선택했지만, 모두가 같은 것을 소비하게 되면 더 이상 차별성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즉 희소성과 차별성이 사라지는 순간, 소비자는 그 대상에 대한 흥미를 잃고 새로운 대체 대상을 찾게 된다. 밴드웨건 효과가 유행의 시작을 설명한다면, 스놉 효과는 유행의 소멸과 이동을 설명하는 셈이다. ▲스놉 효과 (출처: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397264&cid=58345&categoryId=58345) 최근 먹거리 유행은 바로 이 두 효과가 연속적으로 작동하는 구조를 보여준다. 처음에는 많은 사람이 순식간에 몰리며 밴드웨건 효과가 폭발적으로 나타난다. ‘지금 가장 핫한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형성되면 소비자는 음식의 본질적인 맛이나 가치뿐 아니라, 그 유행에 참여한다는 사실 자체에 의미를 부여한다. 그러나 그만큼 빠르게 대중화되기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는 식상함과 남들과는 다른 것을 추구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면서 스놉 효과가 작동한다. 사람들은 더 이상 해당 음식에서 특별함을 느끼지 못하고, 또 다른 새로움을 찾아 이동한다. 두쫀쿠에서 봄동 비빔밥으로, 다시 다른 유행 음식으로 관심이 옮겨 가는 최근의 흐름은 이러한 구조를 잘 보여준다. 결국 오늘날의 유행은 특정 음식 하나가 오래 사랑받는 현상이라기보다, 유행이 유행으로 대체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최근 유행 속 관련 업계 반응 이 같은 변화에 관련 업계도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카페와 디저트 가게는 유행이 시작되자마자 관련 메뉴를 출시하고, 식품 업계 역시 화제가 되는 음식을 간편식이나 시즌 한정 메뉴로 재구성해 판매한다. 유행을 먼저 포착한 업체일수록 소비자의 관심을 단기간에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초단기 유행은 산업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만 낳는 것은 아니다. 유행 주기가 지나치게 짧아지면서 원재료 수급과 재고 관리의 부담이 커지고, 유행이 빠르게 끝날 경우 마케팅 비용과 상품 개발 비용이 고스란히 위험 부담으로 남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업계는 계속해서 새로운 유행을 좇으며 빠른 출시와 빠른 소진을 반복하는 구조에 적응해 가고 있다. ▲스타벅스 두바이 쫀득 쿠키 판매 소식 (출처:https://www.gg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138298) 유행이 우리에게 남기는 것 ‘두쫀쿠’와 봄동 비빔밥의 유행은 단순히 특정 음식이 인기를 끈 사례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오늘날의 소비가 얼마나 빠르게 형성되고 소멸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보여주는 사회적 현상이다. 밴드웨건 효과가 유행의 시작을 만들고, 스놉 효과가 그 유행의 끝을 앞당기며, 관련 업계는 그사이를 빠르게 파고든다. 결국 오늘날의 먹거리 유행은 오래 남는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짧은 시간 안에 참여하고 이탈하는 소비의 리듬을 보여주는 하나의 문화가 되고 있다. 김지연 기자, 전혜영 수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