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60 호 서킷브레이커 울렸다...코스피 폭락에 환율 1,480원 급등
서킷브레이커 울렸다...코스피 폭락에 환율 1,480원 급등
▲3월 13일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표시된 환율·코스피·코스닥. (사진: https://www.newsis.com/view/NISI20260313_0021207714)
지난 4일, 국내 증시가 폭락했다. 장중 급격한 코스피 하락세로 약 1년 7개월 만에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장 초반부터 매도 물량이 쏟아지며 전일 대비 약 8% 이상 급락했고, 이에 따라 거래소는 오전 10시 31분을 기준으로 20분간 모든 주식 거래를 일시 중단했다. 서킷 브레이커는 주식시장의 과도한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된 장치이다.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 급락하거나 급등할 경우, 전체 거래를 일시적으로 멈춰 투자자들의 공포 매매나 투기적 거래를 억제한다.
미국·이란 전쟁 영향, 국제유가 급등
국내 증시가 크게 흔들린 배경은 미국·이란 전쟁이다. 2월 28일,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전쟁으로 에너지 공급망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이는 곧 국제 원유 시장의 급격한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특히 세계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큰 여파를 불러왔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약 30%를 점유하는 핵심 해상 운송로로, 중동의 주요 산유국에서 생산된 원유 대부분이 이곳을 통해 세계 각국으로 수출된다. 하지만 최근 이란의 계속된 해협 봉쇄 선언에 더해 선박 피격까지 이어지면서 유조선 운항이 크게 줄었고, 주요 해운사들이 항로 운항을 중단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이러한 공급 차질 우려로 국제유가는 급등세를 보였다.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며 약 4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일부 시점에서는 120달러에 근접하는 등 급등세를 나타냈다.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 (사진: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0/0003156709 )
또한 중동 지역 주요 산유국의 생산 차질 역시 유가 상승을 부추겼다. 이라크 남부 주요 유전의 생산량이 약 70% 감소했으며,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에너지 시설이 공격을 받아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동시에 흔들렸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1일 공개한 월간 보고서에서 “중동 전쟁이 역사상 최대 규모의 석유 공급 차질을 초래하고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석유제품 수송량이 하루 약 2천만 배럴에서 전쟁 이후 극소량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IEA는 10일 32개 회원국이 전략 비축유 4억 배럴을 방출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지만, 시장의 공급 감소 우려를 진정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반응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 타국가에 비해 국제유가 변동에 따른 경제적 충격이 크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위험 자산을 줄이고 안전 자산으로 이동하려는 ‘위험 회피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그 결과 아시아 주요 증시가 동반 하락했고, 한국 증시 역시 큰 폭의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증시 급락에 발동된 ‘서킷 브레이커’
서킷 브레이커는 증시에서 지수가 8% 급락 1분 지속 시 발동하는 시장 보호장치이다. 한국은 미국보다 기준이 1% 높지만, 중단시간은 길다. 지수 하락 유형별로 서킷 브레이커의 단계가 나뉘며, 시장별로 서킷브레이커의 기준이 다르다.
▲한국과 미국 서킷 브레이커의 기준 도표(제작 : 김건우 수습기자, 자료 출처 : https://www.nyse.com/trade/trading-information, https://www.tossbank.com/articles/circuit-breaker)
중동 전쟁의 여파로 3월 4일·9일 장중 코스피 지수가 8% 급락하며 2차례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코스닥은 동시다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었으나 서킷 브레이커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서킷브레이커 발동 후 원/달러 환율이 1,493~1,497원(16~21원↑)로 급등하며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환율 상승의 원인으로는 위험회피 심리(외인 1~5조 원 규모의 매도세)와 유가-환율-주가 연쇄 효과로 인해 유가가 급등하여 발생한 연쇄 효과이다. 서킷 후 한국 증시, 어떻게 될까?
앞으로의 한국 증시는 누구도 확답할 수 없지만, 예측은 가능하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서킷 발동 후 32거래일 평균 9.9%↑, 60거래일 후 20% 반등 사례가 있다. 또한 국가 차원에서 100조 시장 안정 프로그램, 한은 국고채 단순 매입 정책 등 시장 안정화를 위해 노력을 하고 있어 충분히 반등의 여지가 있는 상태이다.
하지만 현재 미·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리스크가 아직 유효하고 외국인 및 기관의 순매도(5~7조 규모의 매도), 반도체·AI 섹터의 고평가 논란과 특정주 쏠림이 해소되지 않아 현재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 물가 상승)의 위험이 있다. 과거 1979년 오일쇼크와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과거 경제 위기 상황에서만 발생하던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하였다. 대처 하나에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경고신호이기도 하지만 서킷 브레이커 이후 큰 반등이 있기도 한 긍정 신호일 수도 있다. 단정할 수는 없지만, 현재 나타난 지표를 바탕으로 일정 수준의 전망은 가능하다. 그렇기에 중동 상황과 정책 대응을 지속 주시하여 이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
이은탁 기자, 김건우 수습기자